희망풍경 마음으로 일구는 참외밭 할아버지, 망막박리, 구자한 79세, 인천광역시 강화군 불은면 참외 애호박 농사, 아내 급성 백혈병, 나눔 기부 채소, 시각 장애인 농부 희망풍경 925회
카테고리 없음 2018. 8. 31. 04:25희망풍경 마음으로 일구는 참외밭 할아버지, 망막박리, 구자한 79세, 인천광역시 강화군 불은면 참외 애호박 농사, 아내 급성 백혈병, 나눔 기부 채소, 시각 장애인 농부 희망풍경 925회
■ 행복을 넝쿨째, 참외밭 구자한 할아버지
인천광역시 강화군 불은면, 이곳엔 동네에서 유명인사로 통하는 이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올해 나이 79세의 구자한 할아버지. 7대째 한 마을에서 일평생을 살아온 할아버진 현재 100여 평의 밭에 참외와 애호박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중이다. 이 시기, 노랗게 익어가는 참외 과실들이 넝쿨째 굴러 들어오는 행복이라 말하는 할아버지. 할아버진 오늘도 수확한 참외와 호박들을 정성스레 수확해 상자에 담는다. 할아버지가 수십 년째 채소와 과실들을 가꾸고 수확하는 이윤 경제적 이윤을 위해서가 아니다. 판매하는 양보다는 기부를 통해 장애인 단체와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양이 더 많은 할아버지의 채소들. 오늘도 면 소재의 한 양로원에서 할아버지의 연락을 받고 참외를 가지러 온 직원들은 연신 할아버지의 노고에 감사 인사를 드린다. 자한 할아버진 두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 장애인 농부다.
■ 인생 중반에 얻게 된 시각 장애
할아버지 두 눈이 처음부터 보이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그에게 장애가 찾아온 건 50대 중반의 일이었다. 병명은‘망막박리’. 망막의 파열을 막기 위한 수술까지 받았지만 시력은 점점 떨어져 갔고, 결국 망막의 파열로 60대가 된 이후에는 시력을 완전히 잃을 수밖에 없었다. 인생 중반에 얻게 된 장애. 그 무렵 할아버지의 마음을 힘들게 했던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시력을 잃기 전 갑작스레 건강에 이상 증세를 보였던 아내. 날이 갈수록 힘들어하던 아낸‘급성 백혈병’으로 손을 쓸 새도 없이 한 달여 만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가 버렸다. 아내의 부재와 갑작스러운 장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겨운 시간을 지나온 할아버지.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세 명의 아이들과 함께 일어서기 위해 아버지의 이름으로 다시 힘을 내야 했다.
■ 멈출 줄 모르는 할아버지의 나눔
할아버지가 농사지은 것들을 사람들에게 나누기 시작한 건 장애를 얻은 이후부터였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비로소 세상이 보였다’라 이야기하는 할아버지. 할아버진 올해로 20여 년째 자신과 같이 장애를 가진 이들이나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해마다 농사지은 작물들을 함께 나누고 있다. 가진 걸 나눔으로써 도리어 더 큰 기쁨을 얻으며 산다는 할아버지. 하지만 늘 밝고 긍정적인 할아버지에게도 아직 용기 내지 못한 일이 있다. 바로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핑계로 수십 년째, 아내의 산소에 찾아가 보지 못한 일이다. 그런 할아버지가 이웃에 사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특별한 외출 길에 올랐다. 읍내에 나가 오랜만에 꽃다발도 하나 샀다. 그리고 서랍 깊숙이 고여 간직했던 사진 한 장을 꺼내 드는 할아버지. 볼 수 없어 꼭꼭 감춰뒀던 젊은 날의 아내 사진이다. 빛바랜 사진까지 챙겨 아내를 향해 발길을 돌리는 할아버지. 가까운 거리에 있던 아내의 산소에 왜 그동안 이곳에 발길을 떨어지지 않았던 것인지...
이제야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꺼내 보는 할아버지다. 그렇게 아낼 만나고 돌아오는 길, 할아버지 또 하나의 다짐을 한다. 병으로 먼저 떠난 아낼 위해서라도 힘이 닿는 더 많은 이들을 위해, 베풀고 나누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