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풍경 꿀벌과 함께한 40년 칠곡 노부부, 송재선 남종분, 경상북도 칠곡군 약목면 송씨네 벌꿀 품평회 40년 양봉, 작은집 아들, 척추 장애 1급 지체 장애인 재선 할아버지 희망풍경 927회
희망풍경 꿀벌과 함께한 40년 칠곡 노부부, 송재선 남종분, 경상북도 칠곡군 약목면 송씨네 벌꿀 품평회 40년 양봉, 작은집 아들, 척추 장애 1급 지체 장애인 재선 할아버지 희망풍경 927회 2018년 9월 9일 방송
■ 오늘은 송 씨네 꿀 뜨는 날!
경상북도 칠곡군 약목면에 위치한 산골 마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통에 한낮이면 마을에서 사람 그림자도 찾기 힘든 시기이지만 오늘은 삼삼오오 마을의 어르신들이 한곳으로 향한다.
일명 ‘송 씨네’라고 불리는 재선 할아버지 집에서 오늘은 꿀을 떠 마을 사람들을 초대한 날이기 때문이다.마을에서 가장 오랜 시간 양봉 일을 하는 송재선, 남종분 부부. 부부는 올해로 40년에 가까운 세월 한 마을에서 양봉 일을 하며 해마다 수확한 꿀을 마을 어르신들께 선보이고 있다. 일명 동네 어르신들의 꿀 품평회를 여는 것인데, 부부가 마련한 꿀차며 떡, 과일 등의 주전부리로 잠시나마 더위를 식혀보는 어르신들. 과연, 부부의 벌꿀은 올해도 마을 어르신들께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자연의 품 안, 넉넉한 미소가 꼭 닮아있는 송재선, 남종분 부부. 40여 년 전, 단 한 통의 벌통으로 시작해 지금은400여 통의 벌통을 관리하는 송재선 할아버진 젊은 시절에 당한 교통사고로 한평생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온 척추 장애 1급의 지체 장애인이다.
■ 기적 같은 재활의 힘
그에게 장애가 찾아온 건 스물셋이 되던 해였다. 군인의 신분으로 방위 근무를 받았던 젊은 시절,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던 길에 사고는 벌어지고 말았다. 한순간의 사고로 일평생 척추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했던 재선 할아버지. 사고 후 수차례의 수술을 받았지만, 목 아래의 신체는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자그마치 10년이 넘는 세월을 누워서만 지내야 했다. 하지만 그 시절의 할아버진 그대로 포기할 수만은 없었다.어떻게든 이겨내려 했고, 있는 힘을 다해 재활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처럼 다시 일어선 할아버지. 200m 거리를 걷는데 자그마치 2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할아버지에게 있어 그 두 시간의 걸음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렇게 희망을 되새기며 살았던 어느 날 그에겐 꽃보다 아름다운 아내가 생겼다. 동네 성당의 신부님 소개로 만난 아내. 11살의 나이 차이와 장애에도 불구하고 아낸 남편의 순수한 인상과 뭐든 해내려는 의지가 마음에 들어 결혼을 선택했다. 하지만 친정 식구들의 반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고, 아낸 친정 식구들 몰래 비밀리에 재선 할아버지와 결혼식을 올렸다.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아직도 누구보다 서롤 아끼며 살아가는 부부를 보며 가족들은 누구보다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다.
■ 꿀보다 달고, 꽃보다 고운 인생
뜨거운 햇살을 피해 이른 아침부터 텃밭으로 나갈 채빌 하는 아내, 함께 나가봐야 전동 휠체어 위에서 내릴 수 없으니 도울 수 없는 신세지만 그래도 재선 할아버진 아내의 뒤를 따른다. 육체적인 힘을 덜어줄 순 없지만 아내의 말벗이라도 돼주고 싶기 때문이다.
텃밭 일을 마친 후, 시원한 수박을 들고 마을 회관으로 향하는 부부. 어느새 나이가 들며 함께 늙어가는 신세가 됐지만 재선 할아버지가 유독 마을 어르신들을 챙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잃어버린 10여 년의 시간,포기하지 않도록 곁에서 응원하며 보살펴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없어 작은집의 자식이었던 그를 아들로 삼고 키워주셨던 큰아버지와 큰어머니. 애닳도록 큰 사랑을 주셨던 어머니에 대한 감사함을 재선 할아버진 일평생 마을 어르신들께 베푸는 일로 갚고 싶다 말한다. 인생의 숱한 고비들을 넘어왔지만, 돌아보니 그래도 그 세월을 함께해준 아내가 있어 참 달고 고마운 인생이라 이야기하는 재선 할아버지의 사연을 함께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