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관 리코더 시험 줄거리 결말 가족들에게 별다른 애정을 받지 못하는 9살 은희 출연 황정원 박명신 정인기 차아름 감독 김보라 관객수 리코더 시험 독립영화관 2020 아카데미상 기획
독립영화관 리코더 시험 줄거리 결말 가족들에게 별다른 애정을 받지 못하는 9살 은희 출연 황정원 박명신 정인기 차아름 감독 김보라 관객수 리코더 시험 독립영화관 2020 아카데미상 기획 2월 7일
KBS1 독립영화관 리코더 시험 2020 아카데미상 기획 2020년 2월 7일 방송
영화 : 리코더 시험
영화 감독/각본 : 김보라
영화 출연 : 황정원, 박명신, 정인기, 차아름
영화 촬영 : 김구영
영화 조명 : 오태석
영화 미술 : 이지연
영화 음악 : 페비안 알마잔
영화 편집 : 김태욱, 김보라
영화 장르키워드 : 드라마/어린이/가족
영화 시간 : 29분
영화 프로듀서 : 조수아
영화 제작년도 : 2011
영화 연출의도 : 아주 작은 햇볕에도 들꽃들은 꽃을 피운다.
줄거리 : 가족들에게 별다른 애정을 받지 못하는 9살 은희는 리코더 시험을 잘 봐 칭찬을 받고 싶다.
은희가 리코더 시험을 준비하며 예민해져 있을 때, 가족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통증을 경험하며 바쁘다.
영화제 상영 및 수상내역
제12회 미국 우드스탁필름페스티벌 학생영화_대상 (2011)
제6회 런던한국영화제 단편영화 (2011)
제5회 공주신상옥청년국제영화제 본선진출작 (2011)
제12회 대구단편영화제 대상/연기상 (2011)
제10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2011)
제37회 서울독립영화제 경쟁부문 - 단편 (2011)
제22회 미국 시네퀘스트영화제 단편영화 (2012)
제13회 미국 뉴포트비치영화제 단편초청 (2012)
제22회 일본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국제단편영화쇼케이스 (2012)
제14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SIYFF 대상 (2012)
< 리코더 시험 > 제37회 서울독립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글: 이난 감독)
우리는 언제쯤 그늘 밖으로 한 걸음 나가는 법을 익혔던 걸까. 잘 기억나지를 않는다. 1988년의 여름이었다. 주황색 공중전화기를 줄 서서 기다렸다가 전화를 하던 시절이었다. 지난해의 박종철 사건과 6.29 발표와 대선후보 단일화의 실패는 많은 금지곡의 해제와 직선제 개헌, 종일방송의 시작과 대한항공 폭파사건 등으로 뒷전에 밀렸다. 유재하가 죽었고 대선과 총선이 그렇게 지나가고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신다고 기형도는 적었다. 올림픽으로 여름 끝이 찬란한 길가에서는 담다디가 흘렀고 개막 하루 전 있었던 화성에서의 살인사건은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다. ‘리코더 시험’은 그 한 복판에 있던 소녀 ‘은 희’의 이야기이다. 왜 영화의 시작이 전화였을까? 은희는 리코더를 가지고 오지 않아 두 팔 들고 벌을 선다.
주어지는 하나의 조건. 신탁처럼 은희에게 리코더 시험이 내려지고 은희는 노트에 적는다. ‘리코더 시험’이라고 이게 이 영화의 제목이라고 은희의 작은 손은 꾹꾹 연필을 눌러 적는다. 일요일. 아빠와 엄마는 사이가 좋지 않다. 엄마의 첫 등장은 창 밖에서였다. 일요일에도 일하는 엄마는 아빠를 의심한다. 아빠는 엄마 모르게 다른 사랑을 고백한다. 은희는 엄마에게 거짓을 말한다. 왜 일까? 은희는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다. 차려 입고 나가는 아빠를 보며 은희는 거짓말의 이유를 가슴 아프게 고백한다. ‘나도 사랑해!’ 은희는 노크까지 하는 친구 한나의 엄마도 부럽다. 친구 한나에게는 부끄럽지가 않게 많은 걸 말한다. 은희는 한나를 따라 해보기도 한다.
방앗간. 은희는 100점 시험지를 꺼내 들고 리코더를 새로 사야겠다고 말하지만 바쁜 아빠는 쉽게 답을 해주지 않는다. 다만 아이스크림 값을 준다. 언니는 남친을 데리고 몰래 들어오고 은희는 옷장에 들어가서 잔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은희는 오빠에게 부당하게 매를 맞고 옷장 속에서 운다. 아빠는 울고 있는 은희에게 놀라운 말을 한다. 은희는 야밤에 리코더로 테러를 한다. 리코더 연습도 하지 않고 한나 에게 삐친 은희는 집에 돌아와 옷장 속에서 잠이 들었다가 엄마를 만난다. 그리고 엄마에게 묻는다. 애절하고 간절한 질문에는 확인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은희는 아침 운동을 마치고 풀어진 신발 끈을 묶어주는 아빠를 향해 생전 처음처럼 손을 뻗는다. 조금 놀라기는 하지만 은희는 아빠의 머리칼을 분명 쓰다듬었다.
아침, 모든 식구가 모여서 아침밥을 먹는다. 햇살은 여유 있고 찌개와 밥은 따뜻하게 덥다. 잘 먹는다. 학교에 간 은희는 리코더 시험을 치른다. 드디어 은희의 차례. 은희의 리코더는 예전 그대로지만 은희는 리코더를 연주한다. ‘후후’ 하지 않고 ‘투투’하면서 말이다. 영화의 중반부에는 인상적인 세 개의 컷이 무심하게 연결되어 있다. 교실의 책상. 빈 복도. 빈 학교의 운동장. 그리고 은희는 문구점의 리코더를 보다 텅 빈 집으로 간다. 빈 안방을 열며 은희가 엄마를 부를 때, 은희의 마음은 얼마나 비어있었을까? 빈 구석을 채우는 건 오빠의 폭력이고 아빠의 무관심이다. 호소가 통하지 않을 때, 야밤의 테러는 당연한 거다. 이러한 커트의 연속은 후반부에 한 번 더 반복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커트는 세 개가 아니고 두 개이며 음악과 동반하는 형식은 동일하지만 대상은 빈 골목이고 멀리 있는 은희의 집이다. 그 순간의 앞과 뒤에는 사랑의 확신과 사랑에 대한 시도가 있다. 불안에 가까운 사랑을 확인하는 법은 아마 가까운 그곳에서 찾아지는 지도 모른다. 그늘 밖으로 나가는 법을 익혔던 게 언젠지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여전히 그 휘어진 그늘 안에서 울고 있을 지도 모르지만 어여쁜 구석을 안아주던 마음을 다시 만난다면 은희처럼 한걸음 앞으로 나갈 수도 있겠다. 그리고 역시 영화는 필름으로 살살 찍는 것이 좋다. (<평범한 날들><비치하트애솔>이난 감독/서울독립영화제2011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