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100년 더 클래식 바보들의 행진 줄거리 결말 병태 영철 영자 순자 감독 하길종 출연 윤문섭 하재영 이영옥 김영숙 김상배 정세근 박규현 바보들의 행진 한국영화 100년 더클래식 11월1일
한국영화 100년 더 클래식 바보들의 행진 줄거리 결말 병태 영철 영자 순자 감독 하길종 출연 윤문섭 하재영 이영옥 김영숙 김상배 정세근 박규현 바보들의 행진 한국영화 100년 더클래식 11월 1일
한국영화 100년 더 클래식 바보들의 행진 2019년 11월 1일 방송
영화 감독 : 하길종
영화 출연 : 윤문섭, 하재영, 이영옥, 김영숙, 김상배, 정세근, 박규현
영화 원작/각본 : 최인호
영화 제작사 : ㈜화천공사
영화 촬영 : 정일성
영화 조명 : 손영철
영화 편집 : 현동춘
영화 음악 : 강근식
영화 미술 : 김유준
영화 제공 : 한국영상자료원
영화 장르키워드 : 드라마
영화 개봉 : 1975년 5월 31일
< 바보들의 행진 >의 줄거리
대학 철학과에 다니는 병태(윤문섭)와 영철(하재영)은 그룹 미팅을 통해 또래의 H대학 불문과의 영자(이영옥)와 순자(김영숙)을 알게 된다. 그들은 그저 만나고 하릴없이 대화할 뿐이다. 병태는 영자에게 농담처럼 결혼하자고 말하지만, 영자는 철학과 출신은 전망이 없다는 말로 그의 현실을 지적한다. 그 후로도 병태와 영자는 데이트를 즐기지만, 어느 날 영자는 선본 남자와 곧 결혼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며 앞으로 만나지 말자고 통보한다.
한편, 언제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술만 마시면 고래를 찾으러 떠나겠다고 하는 영철은 순자를 좋아한다. 하지만 순자는 말도 더듬고 전망도 보이지 않으며 군 입대 신체검사에서도 탈락한 영철을 거부하고, 영철은 이에 절망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병태와 영철은 바다로 간다. 예쁜 고래를 잡으러 떠나겠다던 영철은 바닷가 절벽까지 자전거를 몰고 올라가 드넓은 바다로 뛰어든다. 학교는 무기한 휴강에 돌입하고, 텅 빈 교정을 서성이며 병태는 괴로워한다. 결국 병태는 입대를 하고, 병태를 만나지 않겠다던 영자는 역으로 병태를 마중 나온다. 입영열차 차창에 매달려 병태와 영자는 입맞춤을 한다.
< 바보들의 행진 > 영화 노트
“암울한 시대를 지냈던 70년대 젊은이들을 감각적이면서 불안한 카메라와 함께 낭만적이고도 자조적으로 풀어놓은 ‘영상시대’의 대표작”
<바보들의 행진> 70년대 청년문화를 대표하는 영화
당대 최고의 인기 작가였던 최인호 동명소설 원작 영화화
가수 송창식의 ‘고래사냥’, ‘왜 불러’, 김상배의 ‘날이 갈수록’이 영화 전편에 흐르면서 낭만적이고 허무한 그림을 그려낸다. 이 영화는 60년대 후반 미국유학을 통해 자유로운 문화를 경험했던 하길종 감독이 암울하고 숨 막히는 시대현실을 신촌 일대를 배경으로 자조적이면서도 경쾌한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카메라 ‘핸드헬드’와 허무하게 울려 퍼지는 내면적 목소리들은 경쾌하면서도 동시에 암울하고 불안한 젊은이들의 미래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 영화는 또한 장발단속, 음주문화, 미팅, 무기한 휴강, 캠퍼스, 군입대 풍경 등 70년대 청년문화를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아무 것도 가질 수 없는 영철이 송창식의 ‘고래사냥’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자전거를 타고 동해바다 절벽 위로 파란물을 가르며 떨어지는 장면과, 영자가 입영열차 창문에 매달려 “할머니가 될 때까지 기다릴게 꼭 돌아와.”라고 하며 키스하는 장면은 당시 청년문화의 아이콘처럼 되어버렸으며,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장면 중에 하나이다.
이 영화는 <바보들의 행진> 이후 수차례의 강압적인 검열 등으로 흥행에 실패하고 요절한 하길종 감독의 생애를 연상케 하며 낭만적이지만 허무한 젊음의 분위기를 여전히 강하게 전달하는 영화다.
<바보들의 행진> 제작후일담
‘영상시대’는 신인배우 발굴을 통해 새얼굴, 새 영화를 보여주고자 했는데 이 영화의 주연들 역시 오디션을 통과한 실제 대학생 신인들로 채워졌으며, 이들의 신선하고 생생한 연기는 상당한 호응을 받았다. 하길종 감독이 창안했다는 예쁜 고래를 잡으러 떠났다가 자살하는 영철 역을 맡은 신인 하재영은 이 영화로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바보들의 행진> 검열 시대의 아이러니한 걸작
‘바보’가 되어야 살 수 있었던 시대를 표현
“<바보들의 행진>은 검열 시대의 아이러니한 걸작이다. 젊은이의 절망도 적을 이롭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용공이 되고 명랑과 건전만이 강요되던 유신체제기, 이 영화는 당시 대학생의 모습을 코미디로 풀어내고 결말에는 주인공을 입대케 함으로써 표면적으로는 명랑과 건전을 충족시킨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바보’가 되어야 살 수 있는 청년들의 현실을 웃음으로 비틀며 비극보다 더 진한 슬픔을 자아낸다.” -박유희 영화평론가 (영화천국 61호)
장발 단속 장면에서 흘러나오던 송창식의 ‘왜 불러’와 영철의 테마곡인 ‘고래사냥’이 인기를 끌며 대학가 시위현장에서도 자주 불러지자 공륜에 의해 금지곡 판정을 받았으며, 하길종 감독은 정보기관에 불려가 조사를 받는다. 심지어 하길종 감독은 이 일로 가수분과 위원장이었던 어느 가수에 의해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바보들의 행진> ‘뉴웨이브의 기수’ 하길종 (발췌: 영화천국 Vol.61)
1941년 4월 부산에서 태어난 하길종은 1959년 서울대 불문과에 입학했고, 이듬해 데모대의 최전선에서 4·19 혁명을 경험했다. 문학 활동을 했지만 후배 김승옥 등에 비해 주목할 만한 것은 아니었고, 졸업 후 항공사에 입사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계기를 만든다. 1965년 UCLA 영화과 대학원에 입학해 정규 영화교육을 받았고 M.A(이론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사실 영화계 데뷔 전 하길종의 일부 이력에 대해서는 신화화된 점이 있음이 밝혀지기도 했지만, 그의 미국 체류가 이후 영화세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1960년대 미국은 저항운동과 청년 문화가 주도한 변혁의 시기였고, 특히 그가 미국에 도착한 1960년대 중반은 미국영화의 뉴웨이브 즉 ‘뉴 아메리칸 시네마’가 태동한 때이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또 영화언어적으로 청년 하길종의 이성과 감성의 각 회로는 쉴 틈조차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화적 자산에도 불구하고, 1970년 한국에 돌아온 하길종의 연출 활동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김지하와 야심만만하게 개발한 시나리오 「태안전쟁」은 제작에 들어가지 못했고, 이효석 원작을 동생 하명중이 각색한 <화분>의 촬영도 예산 부족으로 중단되었다. 1972년 데뷔작 <화분>을 완성했지만, 영화가 내포한 정치성으로 대중적인 호응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시나리오들 역시 대중성 부족과 검열의 문제로 좌초되었다. 미학적 실험이 이어진 1974년 <수절> 역시 흥행에서 좋은 결과를 낳지 못했다.
하지만 1975년 세 번째 연출작 <바보들의 행진>은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청년들의 감수성을 읽어내는 데 탁월했던 당대 최고의 인기 작가 최인호의 원작이었고, 그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단성사 시사가 끝난 후 김수용 감독이 영화의 대중적 감각을 칭찬하자 하길종이 크게 화를 냈다는 일화는 그래서 유명하다. 검열로 인해 117분의 영화가 99분가량의 작품이 되었지만, 청년 관객들은 열광했다. 물론 감독 하길종의 연출력이 빛을 발한 결과였지만, 그는 이 영화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도 한국영화 10선으로 선정될 만큼 높게 평가받는 작품이고 하길종의 대표작임에 분명하지만, 그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신의 대표작으로 <화분>을 뽑았다. 영화가 성공한 그해 하길종은 ‘영상시대’ 동인이 되었고, 서울예전 영화과 교수로 부임하게 된다.
이후 하길종 감독은 <여자를 찾습니다>(1976)와 <한네의 승천>(1977, 미개봉)으로 다시 주춤했고, <별들의 고향(속)>(1978, 32만), <병태와 영자>(1979, 18만)로 흥행에 성공했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세 작품 모두 최인호의 원작과 오리지널 시나리오라는 점은, 서구의 ‘뉴웨이브’ 영화언어라는 이상과 통속적 대중문화라는 현실 사이에 놓인 하길종의 복잡한 고민을 짐작하게 만든다. 1979년 2월 그는 38세의 젊은 나이로 타계했다.
빛나는 감각 그리고 검열의 흔적
사운드 없이 대학생들이 팬티만 입고 연병장을 행진하는 장면으로 갑갑한 병영 사회임을 암시하며 시작하는 <바보들의 행진>은 검열과의 고투를 텍스트 곳곳에 노정하고 있는 영화다.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102분 버전의 영화는 당시 개봉 때보다 더 살아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네거티브(원본) 필름 자체에서 삭제된 15분 정도의 분량은 심의대본을 통해서만 상상해볼 수 있다.
병태(윤문섭)와 영철(하재영)이 참가한 입대 신체검사 장면이 끝난 후, 영화는 대학 캠퍼스로 자리를 옮겨 철학과 학생들이 인근 여대 불문과 학생들과의 미팅을 계획하는 장면을 담는다. 목욕탕에서 광을 낸 병태와 영철은 미팅 장소로 향하다 경찰의 장발 단속에 걸린다. 경찰과 마주친 순간 병태와 영철이 도망가기 시작하면 송창식의 ‘왜 불러’가 흘러나오고, 가사와 이미지가 맞아떨어지는 뮤직비디오 같은 화면이 계속된다. 촬영된 화면에는 구경하는 인파가 그대로 등장하지만 경찰과 장발 대학생들의 추격전이라 전혀 어색하지 않다.이 에피소드는 시대상을 반영하면서도 새로운 영화 화법을 고민하고 완성시킨 하길종의 감각이 제대로 드러나는 장면이다.